[선임기자 칼럼] '일자리 효자' 항공기산업

입력 2015-05-10 20:38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 최승욱 기자 ] 항공기 부품 1500여개를 제작하는 중소기업 율곡의 임직원은 2013년 말 160명이었다. 작년에 신입사원 80명을 뽑은 데 이어 올해 5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2년 만에 식구가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우수 협력업체로 T-50 고등훈련기 등 군용기에 대한 부품 공급이 늘어난 데다 KAI를 통해 보잉과 에어버스에 수출하는 물량도 급증한 덕분이다. 2010년 129억원이던 율곡의 올해 예상 매출은 440억원. 2018년 목표는 800억원으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율곡·KAI의 일자리 성공 모델

지난해 국내 1위 방위산업 기업으로 등극한 KAI도 고용 창출 능력이 뛰어나다. KAI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연구개발직 732명, 생산직 491명을 채용했다. 연말까지 250여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현재 인력은 3400여명으로 5년 전보다 15%가량 늘어났다. 항공산업은 기계, 전자, 소재, 소프트웨어 등이 융복합된 분야다. 해당 국가 기술 역량의 결집체라 할 만하다. 소량다품종을 대형 정밀수공업 방식으로 생산한다. 생산유발계수가 3.127로 조선(2.35)이나 자동차(1.75)를 능가한다. 손재주가 뛰爭?우리 민족의 특성에 부합한다. 개발 주기가 긴데다 대규모 자본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만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면 장기간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

전망도 밝다. 중국 등 신흥국의 민항기 수요가 급증하고 무인기 인기도 높아지면서 매년 4~5%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 민항기 시장 규모는 2384억달러, 군용기는 293억달러, 부품은 1082억달러로 추산된다. 세계 1위인 미국의 항공산업 매출(2013년)은 1888억달러에 달했지만 한국은 2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0.9%로 15위권이다.

그나마 국내 항공산업을 이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은 KAI다. 율곡 등 중소업체가 단순 부품가공에서 핵심부품 생산과 조립사업까지 참여하게 된 것도 KAI와 손잡고 국책사업을 성공시키면서 기술과 시설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집중할 예산 확보를

KAI는 이달 말 정부와 소형 무장헬기(LAH) 및 소형 민수헬기(LCH) 체계 개발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내달에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 같은 국책사업이 목표를 달성하고 록히드마틴과 KAI가 공동개발한 T-50의 ‘미국형’이 미 공군에 납품된다면 한국 항공산업은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요즘 KAI의 걱정은 정부가 소요비용을 제때 보전해줄 것인가이다. 올해 ‘수리온’ 2차분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4573억원인데, 정부 예산은 2179억원으로 2394억원이 모자란다. 2013년 이후 못 받은 돈이 4766억원이다. 2017년과 2018년에 뒤늦게 준다지만 이자는 제외된다. T-50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말 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안 준 돈이 8589억원에 달해 KAI는 유동화증권 발행과 증자 등으로 재정난에서 벗어났다. KF-X 계약 등에서도 이런 관행이 반복된다면 KAI와 협력업체는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없다. 정부는 방산 기업에 개발비를 뒤늦게 주면서 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지닌 ‘명품무기’ 생산에 실패하거나 납기를 어기면 지체상금을 물려왔다. 많은 일자리를 낳을 항공산업이 활짝 비상하도록 적정 예산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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